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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벚꽃잎 같은 책 "지구에서 한아뿐"

엄마가 읽는 책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4. 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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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벚꽃잎 같은 책 "지구에서 한아뿐"

 

'하나뿐'이라는 단어 소중한 느낌이 들고 특별한 느낌이 드는데,

그걸 '한아뿐'이라고 하니 더불어 독특한 느낌이 든다.

 

1%가 0.1%가 되어버린 듯한.

 

복직을 하고,

도서관에서 여유롭게 책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이 없어졌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으면

앉아서 수다 떨고 싶은 욕구를 달래고

잰걸음으로 도서관을 향해간다.

© yamiable, 출처 Unsplash

책 내용을 살필 시간은 없다.

베스트셀러가 있는 곳에 가서

얼른 책 몇 권을 집어 나온다.

 

요즘 책 볼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이유는

매일 업데이트되는 웹툰과 웹 소설 덕분이다.

이 두 녀석들은 흡입력이 장난이 아니다.

짧은 나의 빈 시간들은 여기에 다 소모된다.

 

그래서 잠시 책과 조금 멀어져 가는 건가 하는 시점

산책하며 날아든 가벼운 벚꽃잎처럼 날아든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떨어지는 벚꽃잎 같은 책 "지구에서 한아뿐"

 

 

 

여주 이름은 한아.

남주 이름은 경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특별하고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한아.

그녀는 패션 분야를 전공했다.

졸업 후 옷과 구두 등 사용했던 의류를 리폼하는 일을 한다.

 

대부분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할머니가 입던 옷을 리폼하거나,

본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의류를

다른 형태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고객이다.

 

경민은 한아의 남친이다.

대학교에 다닐 때부터 사귄 오래된 남친인데,

한아와는 다른 느낌으로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지구 탐험이 모자라 우주에도 호기심이 남다른...

가까이 있는 여친은

그냥 늘 곁에 있던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원하는 안정적인 정착보다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이

삶의 이유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 pasja1000, 출처 Pixabay

 

한아와 경민은

서로에게 집착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서로를 존중해 주는 듯한

하지만 또 그것은 아닌

묘한,

아주 옅은 교집합으로 이어진 연인이다.

 

유리는 주인공 한아의 베프이다.

베프인 한아보다

다른데 관심이 더 많은 한아의 남친이

늘 못마땅하다.

아주 대놓고!

 

여느 때처럼 경민은

많은 유성우를 볼 수는 있다 소식에

한아를 두고 프랑스로 떠난다.

 

 

© juskteez, 출처 Unsplash

 

그리고 뉴스에서

경민이 유성우를 관찰하러 갔던 곳에

큰 운석이 떨어져

아폴로라는 유명한 가수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아는 경민에게 전화를 했지만,

며칠이 지난 후 연락이 닿아

재회했다.

 

근데

남친이 달라졌다.

 

무뚝뚝한 남친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세심하고

배려 깊고

따듯한 사람으로 변했다.

 

 

© heftiba, 출처 Unsplash

 

한아는 이상하다 여겨 국정원에 신고까지 하지만,

국정원의 신입 직원은

가늘고 길게 안정적으로 직장에 다니고 싶은 생각에

'문젯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

 

한편 늘 경민이 못마땅했던 유리는

변한 경민이 마음에 든다.

자신의 친구에게 딱 맞다 싶다.

 

변한 경민은

외계인이다.

 

스포가 될까 싶어 적지 말까 고민했는데,

책 뒤표지에 스포가 있다.

 

보고 싶어. 망할, 외계인이 보고 싶었다.

익숙해져 버렸다.

매일 함께 보내는 데 길들여져버렸다.

지구에서 한아뿐_정세랑

우주에서 한아를 관찰해오던 변한 경민은

한아에게 빠져버렸고,

그녀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리고 한아도 곧

변한 경민에게 빠져버린다.

 

외계인과의 사랑이 퍽이나 놀랍지만,

그 외계인의 순수하고 인간보다 더욱 인간적인 모습이

사랑스럽다.

 

둘의 사랑이 방금 손등위에 떨어진

깨끗한 연분홍의 벚꽃잎 같다.

 

다른 종 끼리의 달콤한 사랑이야기에 젖어들 쯤

가볍지 않은 메세지가 드러난다.

 

경민은 한아에게 우주의 다양한 행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중 와닿는 부분이 있어도 페이지만 올려본다.

 

 

 

"한때 저 별에는 괴로울 때 몸의 가장 연약한 부의에 귀한 결정이 맺히는 이들이 살았어.

그 사람들은 그 결정을 최고 단위 화폐로 인정해 주었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에게 더 큰 대가를 주기 위해서."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저렇게 폐허야?"

 

"시간이 지나자 모두 자해를 시작했거든, 비극과 고통과 그로테스크에 중독되어버렸어.

오이디푸스는 저기 가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지구에서 한아뿐_p.158(정세랑)

나는 이 부분이

일중독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혹사시켜가며 일해서 얻은

대가

 

더 힘들게 채찍질하며 살아가며 얻은

대가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피폐함.

 

우리는 하루하루를 최소한의 의식주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누리기 위해

자신과 타인을 혹사시키고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더욱 가치 있어 보이는 것을 얻기 위해

또 채찍질하고

정작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에 중독되어서

스스로를 자해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주변의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 WikiImages, 출처 Pixabay

 

 

전 남친의 모습을 한 외계인과

지구를 사랑하는 한 지구인의

우주적인 사랑을 그리는 이 책은

 

지구가 하나뿐이니,

소중히 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글에 어색하게 넣어두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이야기를 넣어서

우리 지구의 멸망을 조금 늦추어 보자는 취지인 것 같아.

귀엽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기 위한

주인공들의 이야기들도 따뜻하다.

 

산뜻하기도 하고,

독특하기도 하고,

아쉽지 않은 반전까지 있는

이 책

 

 

© babybluecat, 출처 Unsplash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그래도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살아가게 해주는

나에겐 봄날의 벚꽃 같은 책이었다.

 

떨어지는 벚꽃잎 같은 책 "지구에서 한아뿐"

 

* 이 글은 바람에 날려 떨어진 벚꽃잎 같은 책을 발견해서 행복한 미책오가 쓴 글입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공감,

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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