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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엄마가 읽는 책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7. 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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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8일 오전 10:50

 

2.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한 문장씩 짚어가는 아름다움

 

저는 다독을 쫓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 싶다 보니, 자꾸만 쫓는 기분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 그 세계에 빠져서 즐거워서 웃기도 하고 슬퍼서 같이 눈물 흘리기도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으며 상상만으로 모든 것을 보고 느끼다가도 내가 원할 때 나올 수 있고 다시 들어갈 수 있어서 책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내가 몰랐던 세상을 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세상이 새로워 보여서 좋기도 합니다.

책에서 사진 찍은 저 구절을 읽는데, '뭔 말이야?' 하며 '다음 구절에서 이해하지 뭐...' 하며 또 습관처럼 휘리릭 지나갑니다.
그리고 작가의 글에 대한 설명을 보고 나서 다시 글을 읽으니, 어둠 속에서 빛을 찾은 느낌입니다. 글이 빛나 보입니다.

이래서 한 문장씩 곱씹어 봐야 하는구나... 싶습니다.
성격이 급한 나는 얼른 한 권 읽고 또 다른 재미를 찾고 또 내가 몰랐던 무언가를 얻기 위해 다음 책을 짚습니다. 그리고 한 번에 2,3권씩 들고 다니며 집중이 안되면 바로 다른 책을 펼쳐 읽습니다.

도서관에 가면 어찌나 책 욕심을 부리는지 대출 가능한 권수를 맞추느라 조바심을 냅니다. 결국 남편의 회원까지 동원해서 10권을 가득 채워 나오지요. 그래도 예의상 남편이 관심 가질 만한 책 1,2권은 같이 빌려와 줍니다.ㅋㅋ

당연히 아이들 몫인 동화책도 10권 가득 빌려옵니다.
아이들 동화책도 참 재미있습니다. 아이들 책을 읽어주다 제가 빠지는 경우도 하다 합니다.
오늘은 한번 들어가면 배고파야 나와지는 부산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가야 하는 날인데... 멀어서 가까운 곳에 반납하고 싶지만, 아들이 원하는 책이 거기에 있어 인증 마치고 곧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자꾸만 산으로 가네요.
여하튼 책 욕심을 좀 버리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다는 게 이런 맛이구나를 다시 느끼며, 오늘은 김훈 님의 책도 빌려와야겠습니다.

 

"미국의 전 국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망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대륙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말이어서, 픽, 웃음이 났습니다.
편리해졌고, 단기간에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게 되었지만, 그 과정 중에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것이 많을 텐데... 너무나 쉽게 가서 아쉽기도 하지요. 둘러가고 천천히 가는 것 또한 챙겨봐야 할 것이 돼버린 세상입니다.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우리는 여행지의 중요한 조형물을 보러 고속도로를 2,3시간 달려 그곳에 왔습니다.
근데 아이는 주차장 옆 작은 잔디에 쪼그리고 앉아 개미를 관찰합니다.
처음엔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라며 아이를 채근했었지요.
그러다 문득 예전에 읽은 '오소희'님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에서 아이와 함께 여행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책에서 작가는 개미를 관찰하는 아이를 받아들이고 기다려주거든요.

그 생각이 든 이후, 저도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고 안되면 책을 가져와 읽으며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럼 곧 '엄마, 가자.' 하면 같이 갑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이의 나이에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 같이 느끼고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처럼 조금 느리고 둘러가더라도 그냥 그때를 충분히 즐기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행복한 일이란 것을 느꼈던 그때가 생각이 났습니다.

"낙원은 일상 속에 있든지 아니면 없다."

와! 써서 냉장고에 붙여두어야 할 말입니다.

작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한다고 육아휴직을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꼼짝없이 몇 달을 함께 집에서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져 전쟁 같을 때도 많았지만,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에 나가는 시간이 생기자 점점 내 시간도 생겨서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과 나의 리듬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복직을 했습니다.
너무나 갑갑합니다. 회사 내의 규정과 틀, 그리고 여성들에게 드리워진 유리천장도 이곳을 견디기 싫은 이유가 되어갑니다.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세상 어딘가에 분명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내가 살고 싶어 하는 삶을 찾아서 살아보려고 회사를 그만두려다, 주변의 만류(?)로 좀 더 유예기간을 가지기로 하고 다시 둘째 아이 육아휴직을 냈지요.
아이 낳을 땐 '세상에 이런 고통이 존재할 수도 있구나.'를 느꼈지만, 여자로 태어나서 또 요런 꿀 같은 시간이 주어지기도 하네요.

그리고 가족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아이가 가고 싶어 하는 다양한 지역의 '읍성' 에도 갑니다. 대부분 다 무너진 돌덩이만 있거나 휑한 공원인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곳에 적힌 안내판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곳 동네 사람들이 소개해진 장소에 들러보기도 합니다.

평일 저녁, 한 명은 무릎에, 한 명은 등에 매달린 아이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을 위해 아이들의 관심사를 돌려주는 여유도 생깁니다.

경제적 여유를 내려두었더니, 낙원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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