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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휴가

엄마의 취미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7. 1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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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름휴가>

4계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단연 여름이었다.
여름방학이 있고, 여름휴가를 가고, 물놀이를 할 수 있고, 그리고 방학이 마무리될 때쯤 내 생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 보냈던 여름휴가에 대한 기억이 난다.
지금은 계절에 상관없이 주말이면 아이들과 가까운 계곡에 가서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이럴 적엔 그렇지 못했다.

내가 어릴 적엔 가족여행은 여름휴가와 같은 단어로 사용될 만큼 여름에 중점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 집은 내가 4학년쯤 되었을 때 아빠가 차를 구입하셨던 것 같은데, 그 전에는 큰 배낭가방에 코펠, 버너, 그리고 3,4일을 충분히 먹어야 할 먹을거리로 쌀, 김치, 꽁치 참치 통조림, 라면, 그리고 수영복을 챙겨서 버스 타고 기차 타고 다시 버스 타고 걸어서 강가나 계곡으로 피서를 갔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생각나는 파란색과 빨간색이 섞여 있던 아빠 머리 높이보다 한 뼘 더 올라오는 큰 배낭을 멘 아빠의 모습이 생각이 난다. 배낭의 색깔 때문일까 아빠는 슈퍼맨으로 보였다. 난 그런 아빠가 멋있어 보여서 자꾸만 아빠에게 손을 잡아달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럼 양손에 들었던 짐을 한 손으로 모아 내 손을 잡아주셨던...

어느 날은 계곡에 놀러 갔는데 밤새 비가 많이 왔다.
언니들과 나는 빗소리가 커서 선잠을 잤지만, 부모님은 밖으로 나가 텐트 안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텐트 주변에 연신 고랑을 파셨다. 그리고 물이 넘치면 어쩌나, 아침 일찍 출발해도 되겠지... 밤새 고민하셨던 것 같다. 부모님은 내리는 비가 원망스러우셨을 텐데, 우리는 비 오는 그 순간도 재미있었다.

아침에는 날이 개었다. 방수포 안 텐트에 매미 허물도 붙어있었다. 비를 피해 밤새 여기에 붙어 있다 아침에 날아갔나 보다 이야기하며, 언니들과 한참을 매미 허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고립되어있는지도 모른 채.

그때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시간이 좀 지나니 경찰 아저씨들이 왔다.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멋진 경찰 오빠들...
물이 조금 빠졌지만, 그래도 물살이 제법 세서 경찰 오빠가 나를 엎고 계곡물을 건너갔다. 아 근데 이 경찰 오빠 정말 잘생겼다. 그때 대표적인 미남으로 떠오르던 송승헌을 꼭 닮았다. 등판은 어찌나 넓은지... 나를 엎고 센 물살을 건너는데도 흐트러짐이 없다. 이때 작은 언니는 중학생이었는데, 언니도 업혀서 물을 건넜다. 아저씨가 몇 학년이냐 묻더란다. 부끄러웠던 언니는 초등학생이라며 뻥을 쳤다고 했다. 난생처음 아빠가 아닌 남자의 등에 업혀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느낌이다. 그리고 어린 소녀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 의경 오빠가 기억에 남아서 그날 일기장에 '송승헌 뺨치게 잘생긴 경찰 아저씨 등판도 엄청 넓었다'라는 문장을 썼던 기억이 또렷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등판이 참 단단하고 잘생겼었다. 아저씨 주소라도 받았으면, 국군의 날에 위문편지라도 보내드렸을 텐데...

매년 여름이면 TV 뉴스에서 "피서객 0명이 고립되었으나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나오며, 그때 내 눈앞에 보이는 모습들이 관련 영상으로 나왔었는데, 그걸 현장에 거 겪고 있으니 매우 들뜨고 재미있어했던 기억이 송글 송글 떠오른다.

피서지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에 눈을 떴는데, 물소리가 들릴 때의 그 기분을 아시는가? 얼른 텐트 지퍼를 열고 나오면 물이 어서 들어와서 같이 놀 자하는 것 같다. 당연 처음 엄마에게 하는 말은
"엄마, 지금 물에 들어가도 돼?"
엄마는 내 마음을 모르는지... 돌아오는 답변은
"지금은 추워서 안돼! 나중에 햇빛 나서 물이 좀 따뜻해지면 들어가!"

지금 아이들과 실내 수영장이 있는 펜션에 놀러 가면, 그때가 생각이 많이 난다.
아이들은 전날 밤에 미리 아침부터 수영을 해도 되냐고 물어본 뒤 내 허락을 받고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자고 있으면,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이들은 새벽 6시가 조금 넘었는데 수영복을 입고 있다. "엄마, 나 지금 물에 들어가!" 비몽사몽 겨우 눈을 뜨고 근처에 누워서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것을 지켜본다.
아이들에게 "안돼!"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 아이들의 설렘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해 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얼마나 신날까?

2년 전만 해도 아이들과 수영장에서 놀면, 늘 내가 더 신나 했었는데, 최근엔 수영장을 봐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던 일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그 느낌을 잊어버리면, 점점 더 물놀이가 귀찮아지겠지?
올해는 물에 꼭 몸을 담가봐야겠다. 수경도 가지고 가야지. 물놀이란 무릇 머리가 물에 들어가 줘야 제대로 즐길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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