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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동네 책방 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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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2.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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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만화책에도 흥미를 가지지 못하는 소녀였다.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몇 년간 도서관에서 공부를 했다.

 

나에게 도서관은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이지 책을 읽으러 오는 곳이 아니었다.

도서관에 왔지만, 책이 진열되어 있지 않은 열람실에서 두꺼운 전공책을 끌어안고 씨름하다,

졸리거나 집중이 되지 않을 때, 자료실로 가서 책을 조금씩 봤었다.

 

해야 할 공부를 제쳐두고 보는 책이다 보니, 어찌나 재미가 있는지,

책을 읽는 것이 공부만큼 중요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그때의 내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시험공부를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치로 느껴졌고,

TV를 보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허무한 일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에게 돌아온 책을 읽는 일은 멀어지게 되었다.

© juansisinni, 출처 Unsplash

두 번째 임용고시를 치른 해 겨울

친구의 권유로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곳은 도서관을 이용하기 좋은 곳이었고, 그때 새로운 계기가 생겼다.

 

출퇴근 시간 비좁은 버스 안에서 책을 읽으면,

그 갑갑한 버스 안이 더 이상 견뎌야 할 곳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책을 끼고 살면서 지금까지 책을 전투적으로 읽는 내가 되었다.

 

지금은 직장인이지만, 이곳 역시 도서관을 가까이할 수 있는 곳이라,

점심시간에 짬 내서 바쁜 걸음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기도 하고,

퇴근 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찾아가기 전, 30분~1시간 정도만이라도 도서관에 들러,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사실데로 이야기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책에서 에너지를 얻고,

나의 마음을 조금씩 단단하게 나의 머릿속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평소 깊이 있는 생각을 멀리하고,

고민거리는 깊이 고민하기보다는 가볍게 넘겨 버리는 나에게,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나와 반대인 사람들의 머릿속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된 것 같았다.

 

책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지식인이 되어간다는 자부심을 얻기도하고,

전투적으로 책을 읽는다.

© itfeelslikefilm, 출처 Unsplash

 

그래서 어느 날 나의 꿈은

"동네 책방 오너"가 되었다.

 

책이 많은 곳에 가면 에너지가 솟아오르는 느낌이고,

욕심도 마구 생겨나고,

늘 책을 많이 골라서, 겨우겨우 몇 권씩을 줄이고,

보고 싶은 책 목록을 적어갔다가,

눈에 띄는 다른 책들을 보고는 원래 빌리려 했던 책은 다음으로 미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 jty11117777, 출처 Pixabay

나는 결정 장애가 있는 편이다.

언니들이 많아서 그런지,

늘 언니들이 조언을 해주는 바람에

나의 생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겐 합리적이고 실패할 확률이 낮은 선택이 올바른 선택이라 생각했던 거다.

나의 취향과는 상관없이.

 

서점에서 책을 살 때도 그냥 고르지 못했다.

합리적인 선택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부담 없는 모든 책을 내 책처럼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을 많이 선호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본 후 정말 재미있었던 책만,

따로 체크해두고 구입하기 위해 목록을 만들어 두거나,

지인에게 선물을 계획하기도 한다.

 

많은 선택들을 언니나 지인들에게 위임해왔지만,

책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내가 혼자 하고 있는 일이다.

 

내가 읽은 책들로 책방을 만들고 싶어 졌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내가 만들어 놓은 장소에 온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그 책들을 쓴 사람처럼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 좋은 책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권해줄 수는 있을 것 같아서.

 

그러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퇴근 후, 동네 책방 저자구선아 출판리얼북스발매2020.03.25.

<퇴근 후, 동네 책방>

 

 

 

동네 책방이라는 단어는 나의 미래이기 때문에,

나의 미래설계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들여다보고 싶었다.

 

서울의 소위 느낌 있는 동네 책방을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다.

 

굳이 큰 서점이 아닌 동네 책방 운영을 내 꿈으로 선택한 것처럼

하루 종일 볕이 잘 드는 창가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새로운 책을 읽어보다,

손님이 오면 책을 추천해 주거나, 계산하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웬걸, 동네 책방에서는 정말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 itssammoqadam, 출처 Unsplash

 

공연도 하고, 영화 상영도 하고, 책 만들기 강좌, 글쓰기 강좌, 여행 동호회,

그리고 대부분이 SNS와 유튜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독립출판사를 같이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동네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해, 중고 책들을 팔아서 기부를 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이 만든 공예품을 판매하기도 하는 등

동네 책방으로서의 특별함을 어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이거나, 출판사를 했다거나, 디자인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

여행책을 낸 작가 등 그쪽 분야의 일을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중 부모님의 부고로 인해 받은 부의금이 남아서 집에 있던 책과 함께 책방을 차린 사회학 전공 교수도 있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그냥 책이 있는 공간이 좋아서,

그냥 책만 보면 욕심이 나고,

정말 내가 되는 것 같다는 느낌으로 막연히 갖고 있던 꿈이

제법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구체적으로 계획을 한다면,

나도 나만의 느낌을 가진 책방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mikbutcher, 출처 Unsplash

 

직장인으로 받은 퇴직금으로 책방을 차릴 생각이었던 나에게

나의 한량 생활의 기반이 되어줄 것 같다고 느꼈던 동네 책방이

생각보다 빡세다는 것을 알고,

어쩐지 꿈에서 한발 멀어지게 만든 것 같지만,

 

3일에 한번 학교를 가는 아들이 학교에 가는 날,

'내일 뭐 할까?' 생각하면,

그냥 도서관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나다.

 

당분간 나는 그냥 책이 좋다.

 

여러분의 댓글과 공감은 미래 책방 오너에게 큰 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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