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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도끼> 이게 어린이 책이라고? 딱 내 수준인데?!

아이들을 위한 책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9. 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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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tbydaniel, 출처 Unsplash

 

큰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갔어요.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가 한참 책을 보는 동안, 저는 둘째 아이를 위해 예전에 찍어놓은 추천도서를 찾고 있었지요.

그때 발견하게 된 책 "손도끼".

아직 우리 아이들이 읽기엔 그림도 없고 글이 많아서 안되겠다 싶은데 내가 내용이 궁금해져요.

 

제목은 "손도끼"

작가는 게리 폴슨

뉴베리 상 수상작이라고 해요.

아이들의 책을 고를 때 보면 정말 많은 상이 있는데, 무슨 상이든 수상을 했다고 하면, 조금 더 신뢰가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어요.

어릴 때 읽었어야 할 소설책들도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

그래서 요즘은 청소년 소설들도 제법 재미가 있어서 종종 본답니다.

최근에 본 남매의 탄생이라는 책도 재미가 있었거든요.

자매만 3명인 집에서 자란 저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저의 학창 시절에 생각했던 오빠가 있으면 어떨까... 하며 오빠 있는 친구를 한때 부러워했었던 기억이 나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제법 흥미로웠어요.

 

<남매의 탄생> 저자: 안세화출판비룡소발매2021.01.25.

 

 

이 책도 그렇게 접하게 되었는데, 오호~ 제법 빠져들게 되는 책이었고, 철학적인 사고도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는 주인공인 13살 브라이언 로브슨이 소형 비행기를 탑승하면서 시작됩니다.

브라이언의 부모는 1달 전 이혼을 하고, 방학 때 아버지를 만나러 뉴욕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으며, 승객은 브라이언 혼자예요.

조종사는 브라이언을 부조종사 자리에 앉히고 간단한 비행기 조종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조종사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더니 갑작스레 심장마비가 와요.

혼자 하늘을 날고 있는 브라이언은 영화에서 본 장면들과 오늘 알게 된 조종방법을 엮어 호수 위로 비상착륙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혼자 생존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 richardrschunemann, 출처 Unsplash

 

부모님의 이혼이 어머니의 외도로 인한 것이라는 비밀을 아버지는 몰랐고,

그래서 브라이언은 이 비밀 때문에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자신의 인생에서 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시기에 '이것이 위기다'라는 것을 세상이 가르쳐 주듯이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위기가 닥쳐옵니다.

호수에 떨어진 브라이언은 겨우 헤엄쳐 나왔지만 약간의 부상을 입었고, 해가 뜨기 전 지기 전 모기떼의 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룻밤을 지쳐 잠들고 난 뒤 호숫물을 들이키다가 토하기도 하고, 허기에 못 이겨 나무 열매를 따먹고 탈이 나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곧 구조대가 올 거라 기대하며 버티지요.

이 부분을 보면서 예전에 봤던 신문 기사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전쟁이 끝나기만 바라며 희망에 찬 사람들과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그날 그날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살아내는 사람이 끝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브라이언도 희망에 찬 생각보다는 하루하루를 살아내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좀 들기 시작했어요.

다행히 비행기를 타기 전, 엄마가 선물로 주신 작은 손도끼를 허리춤에 차고 있었고, 그 손도끼를 써봅니다.

© anniespratt, 출처 Unsplash

 

브라이언은 허기를 달래기 위해, 그리고 안식처라고 마련 해둔 곳이 더 안전해지기 위해, 준비를 합니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인 것입니다. 구조대가 올 거란 허황된 기대는 현재의 자신을 바꿀 수가 없는 거죠.

그리고 브라이언은 다시 태어납니다.

불을 지피고, 뗄 깜을 찾고, 나무 열매를 준비하고, 배부르게 먹지 않도 다음을 위해 음식을 보관합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창과 화살도 만듭니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온전히 듣고 바라봅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죠.

생존을 위해 둔해졌던 감각들이 살아나듯 브라이언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습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여러 번 실패한 뒤 빛의 굴절에 대해 터득하고 물고기를 잡고, 이제는 다음을 위해 물고기를 가두어 놓기까지 합니다.

이후로는 새를 잡아서 치킨처럼 통구이를 해먹고, 토끼를 잡아먹기도 했지요.

이제 거의 완벽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 Free-Photos, 출처 Pixabay

 

밤이 지나면 어김없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출입문 근처에 있는 바위에 하루가 지났다는 걸 표시했기 때문에 2,3주가 지난 뒤에는 그저 며칠이 지났다는 식으로만 시간이 흐른 걸 알 수 있었다.

브라이언은 사건들을 통해 실제 시간을 측정했다.

하루라는 건 그저 해가 떴다가 지고, 그 사이에 낮이 있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건들은 기억 속에 또렷하게 새겨졌으므로, 사건들을 이용하여 시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사건들을 통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렸고 머릿속에 일기를 적듯 지난 일들을 기억했다.

<손도끼_게리 폴슨 지음>중에서 p.131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하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도 하루는 해가 지고 뜨는 것이 하루인 것 같은데, 야생에서 오롯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하는 브라이언에게는 하루는 개별의 특별한 사건들의 연속일 것 같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이벤트의 연속일 것 같네요.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거야.

그것보다는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거야.

보는 방식이 잘못된 거야.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거지?'

.

.

.

지금까지는 깃털과 빛깔에만 신경을 쓰면서 새를 찾았다.

하지만 새의 윤곽을 찾아야 했고, 깃털이나 빛깔 대신 모양새를 보아야 했다.

새의 모양새를 보는 눈을 훈련해야 했다.

<손도끼_게리 폴슨 지음>중에서 p.134~135

© Free-Photos, 출처 Pixabay

 

치킨이 먹고 싶은 브라이언은 '바보새'를 잡아먹기로 마음먹어요.

다른 새들에 비해서 느리게 도망가고, 가끔은 바보새를 밟은 적도 있을 정도로 둔해서 바보새로 부르지요.

하지만 막상 이 바보새를 잡으려고 하니, 잘 안돼요.

브라이언은 바보새를 잡는 것에 대해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이 문구를 보면서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나에게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냥 이 문구가... 나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직장 생활을 하던 내가 신경을 쓰던 부분과 세상을 보던 방식에서,

이제 새롭게 흥미로운 일을 하고 싶은 내가 세상을 보는 방식으로 달리해야 할 때예요.

브라이언은 찾아낸 것 같네요. 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정말 달라. 나를 칠 수는 있지만 쓰러뜨릴 수는 없어.

날이 밝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나한텐 아직 손도끼가 있어. 처음 불시착했을 때도 손도끼밖에 없었어.

덤벼, 덤비라고! 이게 전부야? 큰 사슴과 회오리바람으로 나를 치는 게 전부야?'

<손도끼_게리 폴슨 지음>중에서 p.150

© nikolasnoonan, 출처 Unsplash

 

그러던 어느 날 밤 갑작스러운 회오리바람이 일어납니다.

브라이언이 꾸며놓은 안식처는 모두 망가지고 맙니다.

여태 일구어놓았던 모든 것이요.

하지만 처음에 브라이언은 가진 것 없이 이렇게 시작하였으니, 손도끼만 있으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브라이언은 갖고 있는 것 같네요.

내가 가진, 내가 지금까지 살아가며 갖추어온 모든 것을 잃더라도 나에게 힘이 되어줄 그 한 가지, 나의 손도끼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오늘 밤 더 진진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걸요?

라이터로 불을 피우면서 불 피우는 게 너무 쉬워 놀랐다.

하지만 라이터는 브라이언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터만 있으면 어떻게 불을 지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라이플총을 보면서 느꼈던 것처럼, 이러한 변화를 좋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뒤죽박죽이야'

생존 가방에 들어 있는 내용물은 분명히 놀라운 물건들이지만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손도끼_게리 폴슨 지음>중에서 p.177

호수를 바라보니, 어제의 회오리바람이 호수를 휘저어 브라이언이 타고 왔던 비행기의 뒤꼬리 부분이 물 위로 드러나 있습니다. 비행기 안에는 생존 가방이 들어있는데, 그 생존 가방을 구하러 들어갑니다.

이것 또한 쉽지는 않았지만, 거뜬히 해내고 생존 가방을 꺼냅니다.

생존 가방 안에는 조난신호기가 들어있고, 총, 낚시도구, 침낭, 냄비, 비상식량들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브라이언이 자급자족하듯 만들어낸 물건들이 너무나 허무하게 모두 다 들어있습니다.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갑자기 많은 재산들이 생깁니다.

© nineteen, 출처 Unsplash

 

하지만 브라이언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듯해요.

오로지 자신의 필요로 인해, 직접 고민하고 필요한 것을 만들고 일궈내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많은 물건들이 주어집니다. 그 편리한 물건들은 브라리언에게 고민할 것들을 없애주어요. 그렇지만 이게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엔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있는지, 웬만큼 이런 게 있으려나 싶은 것들도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다 있어요. 이렇게 풍요로운 세상, 모든 것이 갖추어진 세상, 이게 과연 축복인지...

어디서 본 책의 제목이 생각납니다.

 

<세탁기의 배신> 세탁기가 나오고 여성들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라는 소개를 본 적이 있어요.

어쩌면 우리가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들 편리하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우리를 구속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급 무소유를 생각하게 됩니다.ㅋㅋ

어린이 도서관에서 보게 된 <손도끼> 어른들의 어려운 이야기보다, 아이들을 위해 쓰인 책이 오늘은 제가 더 많이 와닿습니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다음 주부터는 도서관에 가면 어린이 도서관에서 내가 볼 책도 꼭 하나씩 빌려와야겠습니다.

 

<손도끼> 저자: 게리 폴슨출판사계절발매200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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