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이들과 겨울계곡 여행(#겨울느끼기)

아이들과 여행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2. 26. 09:00

본문

 

 

 

단양으로 여행을 떠난 지 3일째 되는 날

 

어젯밤 아이들이 코스를 짰다.

심각한 아이들...

 

하선암 -> 중선암 -> 상선암 -> 사인암

이렇게 들러야 한단다.

'4암! 오늘 돌구경 실컷 하겠구나!'

(포스팅은 사인함을 제외하고 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돌도 예쁘겠네.

출발해보자~!

3일째 단양강은 꽁꽁 얼어있고, 그 위에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있다.

오늘 햇빛이 너무 좋아 오후부터는 왠지 녹을 것 같다.

이번 겨울에 보는 마지막 눈이 될 수도 있겠구나.

 

아이들이 이야기한 코스대로 떠나본다.

하선암
삼선구곡을 이루는 첫 경승지이다.
넓이가 백여 척으로 마당을 이루며 3층으로 된 흰 바위와
그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마치 부처와 같은 형상이라고 하여<불암>이라 불리기도 한다.

                                                                                                    -단양군 관광안내 책자

 

 

아직 고드름이 맺혀 있는 모습이 예쁘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있을 것 같아 동영상으로도 촬영해 두었다.

 

긴 세월을 통해 층층이 쌓여진 퇴적층.

차곡차곡 쌓여가는 동안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겠다고 생각했겠지.

 

물길의 노력이었을까?

이리도 신기하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구나.

인내하며 기다린 후 빛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내 힘으로 해내지 못했던 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빛을 보는 일

나에게도 많이 일어나고 있겠지?

 

고맙다 인사를 하고 싶은데,

이미 너는 떠나가고 없구나.

 

2020.02.26. 동네책방오너의 시인놀이

 

 

아이들은 연신 이곳에서 눈을 쓸어 담는다.

부산 사람 티 내는구나.

부산에서 볼 수 없는 눈을 소중히 담아 집에 가져가고 싶은 마음.

 

냉장고라도 있으면,

너희들의 그 마음이 녹지 않게 그대로 담아두고 싶은데...

- 2021.02.26 미래동네책방오너의 시인놀이

 

 

바위를 받치고 있는 아들,

각도가 안 맞았구나.

 

 

 

중선암
중선암의 옥염대에는 조선 1717년 충청도관찰사 윤형주가 직접 썼다고 전해지는<사군강산삼선수석>글씨가 암각 되어 있다.
단양, 영춘, 제천, 청풍 4개의 군(당시 지방행정조직)에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물과 돌이 특히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 충북 단양 관광안내 책자

중선암으로 가는 길, 도로에서 좌회전하고 들어오니 요런 곧은 길이 나온다.

나는 이런 길이 좋다.

가장 먼저 보이는 이정표와 설명서,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다리

 

이정표는 제대로 보지 않고,

일단 다리부터 건넌다.

다리를 건너야 목표지점이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으로.

하지만,

본능이 틀릴 때도 있다.

다리를 건너면 아무것도 없다.

그냥 등산로?

 

 

중선암은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그래도 신난 우리 가족들은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고!

 

직진아들램은 중선암을 찾고자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이때는 아빠가 필요하지.

아빠 출동!

 

 

아빠는 아들과 함께 탐험 모드에 돌입하고,

엄마와 딸은 가까운 곳에서 겨울을 관찰하고 즐긴다.

그러다 찍은 사진

눈 결정이 어쩜 이리 아름다운지

경이롭다는 단어만 떠오르는 순간이다.

 

지금부터는 남편과 아들이 중선암에 새겨진 옥염대를 찾으러 가는 길이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한참을 내려갔다 올라왔다.

그렇게 멀리 있었냐 물으니

앞만 보고 가서 등 뒤에 있는 줄 모르고 직진만 했단다.

 

뒤돌아 볼 생각을 못 했다고 한다.

올라오는 길에 가까이 옥염대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내려가다 한 번만 뒤돌아 보았다면,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을...

 

우리네 삶도 앞만 보고 가다가

목표지점이 어디였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앞으로 달리기만 하는 건 아닌지...

 

가끔 뒤돌아보고

주변도 둘러보아야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을 텐데...

우리 인생은 되돌아오는 일 없이 한걸음 한 걸음을 만끽하며 갈 수 있길...

 

어쩌다 너무 신나서 달려가다가 지나쳐버리면

그냥

돌아오면 되지 뭐.

 

2020.02.27. 미동책오의 시인놀이


 

 

"엄마, 바위에 이렇게 이름 쓰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음... "

되돌아오는 길에 찾은 목표지점!

 

 

중선암을 나오는 길.

나오는 길도 마음에 든다.

왠지 봄엔 벚꽃길이지 않을까?

 

 

 

 

 

상선암

 

삼선구곡을 이루는 마지막 경승지로 크고 웅장한 바위와 올망졸망한 바위가 서로 모여 있는 풍경이 소박하지만 멋스럽다.

                                                                                                                        -충북 단양 관광안내 책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정답은

화장실을 등지고 서서 왼쪽으로 직진!

 

상선암 근처에 도착하니, 이렇게 탐방로 안내가 있다.

이게 주차장에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다른 하선암, 중선암은 주차하고 바로이지만,

상선암은 조금 올라가야 한다.

 

올망졸망 바위 끝까지 다다른 우리들.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내려다보았다.

 

아래는 이렇게 절벽이다.

 

'아래 바위들의 길쭉한 모습이, 내가 서있는 바위에서 떨어진 건 아닐까?'

"!"

 

 

 

상선암에도 다리가 있다.

다리 중앙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날이 따뜻해져서 물이 녹았다.

너희들 다시 긴 여행을 시작하는구나.

 

아직 흐르지 않는 얼음들은 게을러서가 아니다.

눈, 바위들과 헤어질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곧 다시 만나, 안녕!

 

2020.02.26, 미동책의 시인놀이

 

 

 

"엄마, 뭐가 박혀있어!"

 

"도깨비풀이네!"

 

"눈 대신 데려갈까? 우리 집에 가고 싶은가 봐!"

아이들이 일정을 짜서 출발한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겨울의 계곡을 한껏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마지막 상선암에서는 이른 봄의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며 놀고,

얼음의 결정을 관찰하고,

눈을 봉투에 담아 집에 담아오고 싶어 했다.

 

눈은 오는 길에 녹았고,

도깨비 풀은 딸아이의 장갑에 붙어 안전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다.

 

* 이 글은 봄이 오기 전 얼른 겨울을 마무리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미동책오(미래동네책방오너)이 쓴 글입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공감은 미동책오에게 큰 힘이 됩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