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기다.
그냥 일기다.
여기다 써도 될까? 싶은 일기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진짜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 후 이어지는 육아휴직은 아이의 생존이 달려있는 휴직이지만,
내 여건상 그때는 휴직이 힘들었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여건이 나아져서
육아휴직을 1년간 할 수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간 날이 1년의 반도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 있으면서 규칙적으로 요가도 하고
주부 10년차 인데 제대로 된 요리를 해본 적도 별로 없었던 나는
진정한 엄마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삼시 세끼를 직접 차려주었다.
1년간 삼시 세끼 차리다 보니
이제 간단한 요리들은 부담 없이 뚝딱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악기도 배웠다.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쇠줄이 너무나 아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우쿨렐레
문화센터에서 딱 한 달 배우고 나니,
아이가 다시 학교를 안 간다.
그래서 집에서 유튜브로 연습했다.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나이는 같지만 다양한 장소 다양한 인원의 사람들에게
조금의 희망 심어주며 매년 같은 이야길 하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었을지는 의문이다.)
또 70여 명의 까다로운 분들을 모시고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연구하고
또 그들을 평가하기도 하고...
한 가지 직업인데 참 다양한 일을 한다.
그리고 10년이 넘도록 해왔다.
큰일을 마무리하고 나면 나오는 성취감이 있었지만,
그 외에 내가 바라는 데로 되지 않는 일
그리고 나의 노력에 비해 부족하다 생각되는 처우들...
비슷한 일을 하지만, 조금씩 다른 구성원들의 상황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월급 받지 않고,
윗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일인 사람
그리고 그들의 권력을 등에 없고 자기 것인 양 행동하는 사람
자기 편이 되지 않는다면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
사소한 것들에 조금씩 스트레스를 받아왔다.
그리고 복직을 하고 나니,
그 압박감이 더 크게 되돌아온다.
잠을 이루기 힘들어지고,
자는 중에도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다.
이대론 안되겠다.
내 인생에 브레이크를 걸어본다.
그리고 내 딸을 생각한다.
내 딸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고 하면?
"딸아, 너의 꿈을 찾아!
꿈은 하나가 아니야, 바뀔 수 있어,
바뀌면 다시 그 꿈을 쫓아가는 거야."
라고 말하며 응원해 주고 싶었다.
근데 걸리는 게 있다.
부모님,
우리 집은 딸이 셋이다.
나는 셋째 딸,
셋 모두 열심히 직장 생활을 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언니들은 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쫓아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조카들은 사랑을 듬뿍 받아서
참으로 잘 커가고 있다.
언니들의 노력이 보인다.
하지만 나는 내가 더 소중하다 생각했다.
이 일은 나의 꿈을 이룬 일이었고
남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 직장에서 내 평생을 보내리라 생각하고
집도 직장 근처에 자리 잡았다.
중간중간 아이들을 케어하기 쉽도록...
부모님도 우리 딸 셋을 남부럽지 않도록 교육했다.
사회적으로 좋은 위치에서 살수 있도록..
지금은 그중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딸은 나 하나뿐이다.
퇴직을 하신 부모님에게
자식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서 일하느냐는
부모님들에겐 자랑거리고,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한 또 하나의 성과다.
(모두가 그렇진 않다.
우리나라는 육아에 대한 가장 중요한 일이
그 노력과 중요도를 하찮게 본다는 게 서글프다.)
부모님의 이런 생각도 이해가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그런 존재라 생각되었다.
그런 마지막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딸이 일을 그만둔다 하면,
부모님이 서운하시지 않을까도 걱정이 되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 엄마, 나 힘들어서 안 할래.
이제 일 그만두고 내 하고 싶은 거 하고 살래."
그러니 엄마는
"그래, 니가 그렇게 힘들다면 그렇게 해라.
엄마는 니 선택 항상 존중해 왔다.
그만두기 아까운 직장이지만,
그래도 니가 행복을 찾는다고 하는데
엄마가 어떻게 반대를 하겠노,
니 하고싶은거 해라. 우리 딸 많이 힘들었구나."
하신다.
폭풍 눈물...
엄마도 나와 같구나.
엄마의 응원을 받아서
결정을 했다.
남편은 나보다 더 먼저
나를 알아차려 주었다.
직장에 복귀한 뒤 어두워지는 내 표정을 보며,
"그거 그만두고, 하고 싶은 거 해라.
그러고 살자."
그래서 그만두리라 마음먹었다.
그만두는 와중에 너무나도 지저분하게 미련이란 것이
달팽이가 지나온 끈적한 액처럼 질질 끌려 나온다.
회사 생활을 하며, 힘들었던 일을 다 토로한다.
그리고 좀 더 나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도록
그렇게 개선을 해달라 했는데 왜 안 해주었냐
이야기하고, 하나씩 토로한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
윗분들을 하나씩 찾아간다.
그만둔다 마음먹으니 못할 게 없다.
그 두껍게 느껴졌던 윗분들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 내 이야길 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부끄러운 점들도 같이 끄집어 나오고
그것을 인정해보기도 한다.
남편은 그냥 깔끔하게 그만두지 왜 그려냐 한다.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야!
여태 나를 힘들게 했던 것들 다 이야기하고
질척일 거다.
내 힘들게 했던 것들 다 이야기할 거다!
그게 내다!"
회사는 늘 사람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소모품처럼 여긴다.
그 안에서 상처받는 사람들도 많다.
그게 평등하지 않다 소리쳐도
다수가 동요하지 않도록 묵인시켜버린다.
그렇게 나는 질척이며
나의 미련이 깨끗이 마를 때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남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는 직장에
더 이상 미련이라는 것이 남지 않게 한다.
질척인다.
그게 나인데 어쩌랴.?
* 이 글은 평생 새로운 꿈을 좇으며 살고 싶은 미책오가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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