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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작은 일본

아이들과 여행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4.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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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울산지역 여행에 빠져있는 우리 가족이다.

지난주 언양읍성을 다녀온 뒤,

그곳에서 본 지도에서

"서생포 왜성"을 본 아들렘

한 주 내내 주말엔 서생포 왜성을 가야 한다며,

노래처럼 부르고 다닌다.

토요일 아침 큰아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동생과 함께 와플 블록으로

성을 만든다.

 

그리고 아침을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동생과 함께 세수하고 옷까지 다 갈아입고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이 예뻐

서생포 왜성으로 출발했다.

서생포 왜성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우리나라에 지은 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의 모양이 딱 일본 스타일이라서 왜성이다.

이곳은 벚꽃 피는 시기에 가면 아주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작은 일본 서생포왜성

우리가 갔을 땐, 벚꽃은 바닥에 모두 떨어져 있고,

아직 빛을 덜 받아 연둣빛이 더 강한 벚꽃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고,

간간이 왕벚꽃나무가 우리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둘째는 가는 길에 잠이 들어버려서,

도착해선 차에서 내리지 않겠다고 울어댄다.

빨리 성을 구경하고 싶어서 안달 난 첫째는

기다리다 못해 아빠와 먼저 출발했다.

 

안아달라며 우는 아일 엄마가 안고

지금의 감정을 환기시킬 만한 것이 없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너무나 반가운 민들레 꽃씨

 

우는 아이에겐 민들레 꽃씨가 제격이지!

"저기 민들레 꽃씨가 기다리고 있네!!"

그리고 하나 꺾어서 손에 쥐여주니

울음을 딱 그친다.

"Success!!"

"후! 멀리멀리 날아가서 건강하게 자라렴!"

그리고 아이는 씽끗 웃으며 손을 잡고 오르막길을 올라간다.

고맙게도 간간이 겹벚꽃이 간간이 떨어져 있어 하나씩 주워 담아 가며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 있었다.

이 정도로 오르막일 줄은 몰랐는데, 제법 높다.

갈'지'자로 비포장길을 올라간다.

 

힘들 때쯤 둘째는,

"엄마 우리 거꾸로 가자. 바다가 보여!"

그래서 둘째와 엄마는

바다를 바라보며 거꾸로 걸어 올라간다.

거꾸로 가니 딸이 더 빠르다.

서생포왜성에서는 진하해수욕장이 보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모습도 보인다.

오르면 오를수록 바다가 더 많이 보인다.

우리나라의 작은 일본 서생포왜성을 보려면 더 올라가야 한다.

 

아이가 다시 지쳐서 징징거릴 때쯤이면

가방에서 abc 초콜릿을 하나씩 넣어주고 올라갔다.

 

사진을 찍으며 가는데,

오늘은 날씨가 한몫한다.

사진이 정말 잘 나온다.

 

 

성곽 사이사이를 걷는데

여기에 작은 일본이 있는 듯하다.

 

성곽 사이가 좁게 오밀조밀 이어진 것이

딱 일본 스타일이다.

해가 들지 않아서인지,

바닥엔 이끼도 좀 끼어있다.

 

 

 

 

예전에 오사카로 여행 갔을 때,

정원에서 이끼를 손질하던 정원사가 생각났다.

정말 조심스럽게 이끼 위를 붓으로 털며 정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소중히 가꾸어서 인지

이끼 색이 선명하고 정말 보송보송해 보였던 기억이 난다.

 

국적을 떠나

이렇게 자기 일에 열심히인 사람들 보면

존경스럽다.

 

이곳의 이끼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에겐 작은 일본을 떠올리게 해 주었다.

 

첫째는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빠짐없이 열심히 둘러보았다.

 

 

 

우리나라의 작은 일본 서생포왜성

 

이렇게 오르막인지 모르고

우린

12시가 넘어서 올라갔는데,

2시 가까이 돼서야 내려왔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는 바람에

딸은 좀 많이 힘들어하긴 했다.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힘들고

또 한동안은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일본 여행은 당분간 하고 싶지 않게 되었지만,

우리나라의 작은 일본 서생포왜성

이곳에서 이국적인 느낌을 받기에 좋은 곳이었다.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지우기 위해

그 시대 지워진 많은 건물들을 무너뜨리기도 했다.

부산에는 부산세관이 그렇게 없어졌다.

 

다른 나라에선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도 남아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그 시대 지어진 건물들이 많이 사라졌다.

 

정작 죗값을 치러야 할 친일파는 막강한 부를 유지하며 잘 살아가는데,

형식상으로 껍데기만 갈아치우는 듯하다.

 

그 시대 지어진 건물들도, 그리고 이 서생포 왜성도

분명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으로 지어졌을 텐데 말이다.

이 마을 주민들이 동원되어

우리나라에 있던 돌을 부수고 쌓아 만든 것일 텐데...

 

힘들었을 것이다.

평소 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야 했고,

좋은 처우도 받지 못했을 것이니...

 

오늘 이 성을 보며,

처음으로 그 시대 우리 조상들이

힘들게 돌을 나르며 성을 쌓았을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빈손으로 올라가기도 힘든 이곳을 오르내리며

성을 쌓았을 그들을...

 

그때도 봄이면 이렇게 벚꽃잎이 흩날렸겠지?

배고프다.

얼른 내려가서 밥 먹자!

우리나라의 작은 일본 서생포왜성

이만, 하산한다.

 

서생포왜성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서생리 711 일원

 

* 이 글은 오랜만에 외국에 온 것 같은 느낌에 설렌 미책오가 쓴 글입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공감은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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