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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진은 어디에... 내가 표현한 감정은 어디에...?

엄마가 읽는 책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8.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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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신청했어요.

첫 주 책이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였습니다.

© reddalec, 출처 Unsplash

 

작가는 이기호님이고, 그중 첫 번째 단편 <최미진은 어디로>를 보았어요.

글의 내용은

작가가 중고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중고책을 판매하는 글을 보았고, 판매자의 기준에서 책의 가격을 분류하여 판매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책에 대해서는 '병맛'이라는 후기와 다른 책을 구입하는 경우 '서비스'로 주겠다는 단어를 보고 꼭지가 돕니다.

작가는 그 판매자가 자신이 아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을 골탕 먹일 생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결국 판매자에게 직거래를 요청하고 굳이 ktx까지 타고 가서 판매자를 만납니다.

책의 겉표지 너머에는 자신의 자필 사인이 있어요.

'최미진님께. 좋은인연. 2014년 7월 28일 합정에서 이기호'

작가가 최미진에 대해 질문하려는 순간, 판매자는 작가를 알아보고 달아나요.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돌아옵니다.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모욕을 당한 것은 분명 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둘 다 함께 어떤 잘못을 저지른 처지가 된 기분,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_이기호 지음>에 수록된 <최미진은 어디에> 중에서...

 

 

이 문구를 읽고 나니, 주말의 일이 생각났어요.

저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거든요.

© laviperchik, 출처 Unsplash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계곡에 갔어요.

올해 마지막 물놀이를 시켜주고 싶은 생각에 내 마음도 들뜨고, 생각보다 출발이 늦어져 우리의 자리가 남아있을까 걱정을 잔뜩 했어요.

감사하게도, 아주 좋은 자리가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은 올해 마지막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정말 신나게 물놀이를 했어요.

근데, 뒤늦게 온 한 가족이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옆에서 돌 던지기 놀이를 합니다.

아이는 아무래도 친구들이 물놀이를 하는 곳에서 돌을 던지려니 이건 아니다 싶었나 봐요.

부모님께 허락을 구합니다.

엄마는 손으로 대강의 경계선을 지어주며 안으로 던지면 괜찮다고 해줍니다.

우리 아이들이 위험할까 걱정되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퐁당퐁당 던지는 정도여서 우리 아이들이 노는 곳 까진 돌이 가질 않겠기에, 그냥 두었어요.

잠시 후 돌 던지는 아이가 자리를 옮깁니다. 우리 아이들이 노는 곳과 더 가까워졌고, 아이들이 노는 곳 옆쪽으로 방향만 틀어서 아빠가 물수제비뜨는 시범을 보여줍니다.

아이도 그 방향으로 돌을 던집니다.

그냥 퐁당퐁당 던지는 놀이보다는 던지는 강도가 제법 세졌어요.

방향만 잘못 틀거나 돌멩이를 손에 놓치거나 하면 우리 아이들이 맞을 것 같아 위험해 보여요.

아이들은 어른 보다 실수를 할 확률이 높으니까요.

불안해서 말을 할까 말까 하고 있는데, 마침 남편이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남편의 성향은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불편하지 않게 이야기를 하죠.

그 순간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며 묘한 힘을 얻고는, 감정을 실어서 남편의 말을 가로채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00아, 거기 돌멩이 위험하니까, 이쪽으로 와서 놀아!"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분명 그 가족은 내 말이 불편했을 거예요. 그러라고 한 말이니까요.

자기 아이의 놀이를 위해 다른 아이들이 노는 곳 앞에서 각도만 틀어 물수제비뜨기 놀이를 가르치고 있으니, 수치심을 느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아이 엄마가 방향을 가리키며 웅얼거리는 모습이 보여요.

그렇게 내뱉고 나면 내 마음이 시원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찜찜해요. 분명 그 사람들도 불편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돌던지던 아이를 생각하니, 아차 싶습니다.

 

아이들에게 신났던 계곡의 물놀이.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던 시간이, 한순간에 찜찜함으로 바뀌어버렸어요.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좀 더 부드러운 표현은 없었을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돌이 위험하니까'라는 말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에게 이쪽으로 와서 놀라고 해도 충분히 그 사람들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불편함을 느낀 제가 저의 불편함을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던져주었지만, 다시 불편함을 얻고 집으로 가고 있었어요.

조금 더 둘러서 배려하며 표현하면 좋았을 텐데요.

© ilumire, 출처 Unsplash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판매자는 주인공인 '나'에게 사죄해요. 작가들이 그런 사이트에 들어올 줄 몰랐다고...

 

나는 일부러 미소를 지으려고 애썼다. 나는 너한테 악의가 없어, 그냥 진짜 필요한 책이 있었을 뿐이야, 나는 끝까지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점점 더 불편해졌다. 분명 내가 먼저 시작한 것인데도 그랬다. 아마도 그래서 기어이 그런 질문까지 하고 말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_이기호 지음>에 수록된 <최미진은 어디에> 중에서...

나에게 생긴 불편한 감정의 이유를 확인하고,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불편함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막상 그 사람을 만나니 쿨한척하고 싶은 것.

사람 마음이 참 다들 비슷한가 봅니다.

이럴 때 책을 읽는 이유가 더욱 또렷해집니다.

공감.

'나의 못난이 너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 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서글프고, 부끄럽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_이기호 지음>에 수록된 <최미진은 어디에> 중에서...

© joshrh19, 출처 Unsplash

 

내가 느낀 불편한 감정을 그 사람에게 나의 불편함을 표현하는 것,

이것까진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근데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금 둘러서 표현해도, 웬만하면 다들 느껴요.

불편함을 참다가 차올라서, 한 번에 훅 들어가 공격하듯 표현하기보다는,

차오르기 전에 부드럽게 표현하면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타인에 의해 불편해졌지만, 그 불편함을 전달하고 난 뒤의 나는 그렇게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저자이기호출판문학동네발매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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