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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_산자들

엄마가 읽는 책

by 내꿈은동네책방오너 2021. 11. 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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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책 표지에서 풍기는 느낌에서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 같은 느낌이죠?

책을 모두 다 읽고 나서 도대체 이렇게 현대 사회를 깊이 있게 꿰뚫어본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찾아봤어요.

작가님 이름은 <장강명>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얼굴도 낯설어요.

방송활동 내역을 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봤었던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패널로 나왔던 분이에요.

늘 차분하게 책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잘 집어내는 매력을 뿜뿜하는 그분이셨어요.

그때는 직업이 기자인 줄 알았는데, 기자였던 소설가이셨어요.

이 책은 우리가 함께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각각의 세대들의 이야기와 단체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요.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인상이 써지기도 하고...

나와 아주 가까이에서 일어났었던 이야기들도 있어요.

어떤 게 옳을까?

이런 불합리함 속에서 정당한 일은 어떤 것일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누가 나쁘고 누가 잘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일들, 그냥 각자의 상황이 이해가 되고,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뿐인데, 근데 흘러가야 하는 방향은 해피엔딩이 아니죠.

© micheile, 출처 Unsplash

 

이 책의 가장 먼저 나오는 단편인 <알바생 자르기>를 조금 소개해 볼까 해요.

알바생 혜미는 무뚝뚝하고 차가운 인상때문에 회사의 거취 문제가 거론됩니다.

그 알바생의 관리자는 최과장으로 나오는 은영씨예요.

사장은 알바생 혜미가 싹싹하지 않다고 회사에서 자르려고 하지요.

하지만 알바생은 사고로 다리가 불편하여 치료를 받는 중이고, 소녀가장인것 같습니다.

약간의 동정심이 일지요.

그래서 은영씨는 혜미에게 변화를 요구하며 마무리를 지으려 하지만, 이후 혜미에게 시킨 일을 거부당하자, 회사에서 자르기로 마음먹습니다.

그 과정에서 은영은 죄책감을 덜고자, 혜미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합니다.

하지만 퇴직 마지막 날 혜미는 서면통보를 사유로 퇴직의 부조리함을 언급해요.

은영의 입장에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사장님께 이야기하여, 회사에서 석 달 치 월급으로 보상을 해줍니다.

"줘, 줘, 괜찮아. 나는 그 돈은 아깝지 않아. 왠지 알아?"

"아니요."

"그 돈이 그 아가씨가 아니라, 최 과장한테 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리고 최 과장은 그 돈값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고."

<산자들>_p. 36 알바생 자르기 중에서... 장강명 소설

저는 이 문구가 좀 화가 났어요.

분명 사장은 그 돈이 아까워요. 하지만 최과장에게 일종의 의무감을 심어줍니다.

이게 왜 은영에게 가는 돈이에요?

회사는 소속된 직원의 실수에 책임을 져야 해요. 직원이 열심히 일한 성과도 고스란히 회사가 가져가잖아요.

회사의 자산이 늘어놨다고 해서 그 부분을 직원에게 돌려주진 않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을 하듯이 은근히 압박을 가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후 알바생은 사대보험 미가입 문제를 다시 거론합니다.

결국 이 부분은 은영씨가 본인의 사비로 보상을 해줍니다.

최과장으로써 은영씨는 두 번의 실수를 사장에게 이야기하기엔 수치심이 느껴졌을 테고, 그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했겠지요.

© www_slon_pics, 출처 Pixabay

 

결국 은영씨나 혜미씨나 모두 회사의 월급을 받는 사람일 뿐인데, 한 사람이 회사 일로 개인의 사비를 털어 보상을 해주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일은 분명 주변에서 변변찮게 일어날 겁니다.

그리고 야무진 알바생 혜미씨라 이렇게 당당히 요구하지, 많은 알바생들이 이런 요구조차 하지 못하고 월급도 제대로 다 챙겨 받지 못하고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허다하겠지요.

책을 읽는 동안 가슴이 자주 먹먹하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동안 외면하며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떤 의무감에 책을 계속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어쩌면 우리는 이런 불합리한 세상에서 특별히 더 불합리함을 강하게 받고 있는 세대와 단체에 속하지 않아서 다행이라 안도하며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들의 삶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며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내가, 그리고 나의 가족이 이 불합리함을 강하게 받고 있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대다수가 받고 있는 불합리함도 대다수가 받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조금이나마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1부. 자르기

2부. 싸우기

3부. 버티기

3개의 주제로 나뉩니다.

1부 자르기는

대기업의 자회사 분리로 이직을 권유하다가 대기발령을 받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동안 큰 이슈가 되었으나, 아직도 진행 중인 것 같은 쌍용자동차의 이야기

2부 싸우기는

프랜차이즈 사장님들의 이야기, 재건축 재개발의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3부 버티기는 대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대외활동과 기업들의 열정페이 이야기, 모두가 친절해야 해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사회,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만 경제적 압박에 내몰리는 음악가의 이야기, 공공연히 다들 알고 있는 사립학교의 비리를 고스란히 겪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함께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가을, 흔히들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지요?

가을 없이 바로 겨울이 온 것 같기도 하지만,

가을에 우리들이 사는 세상의 이야기도 한번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산 자들            저자: 장강명      출판: 민음사      발매: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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